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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조원 넘는 가계부채에 필적할 만한 기업 사내유보금이 쌓이고 있다. 2010년부터 2년간 사내유보금 증가율 43%가 2012년부터 2년간에도 적용된다면 2014년에는 1090조원에 달한다. 이 중 대기업 비중은 80%를 상회한다.
사내유보금은 다양한 자산 형태로 보유되는데, 특히 현금 또는 단기 금융자산으로 보유되는 현금성 자산에 관심이 쏠려왔다. CEO 스코어에 따르면 10대 그룹 76개 상장기업이 보유한 올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149조원에 달한다. 이 중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10대 그룹 현금성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3.3%로 늘면서 10대 그룹 간에서도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수출 대기업에 이익이 쌓여가고 있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유보금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이윤이 낮은 금융자산 형태로 사내에 남아 있다면 주주에 대한 수탁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 최종 수요 중 수출이 내수를 넘어선 지 5년째 접어들었다. 국민소득 가운데 가계 비중이 OECD 국가 중 꼴찌다. 지난해 가계소득증가율은 경제성장률 대비 68%에 지나지 않았다. 수출 대기업의 눈부신 경영 성과가 일자리 창출과 임금 상승을 가져와서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특히 글로벌 기업인 수출 대기업들이 국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중소 협력업체도 동반 진출하면서 국내에서는 일자리 공동화가 일어나고 있다. 청년실업 증가와 은퇴 준비가 안 된 퇴직자들의 자영업 진출은 가계부채 증가와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정상적인 유보금이 침체된 내수로 흘러들어갈 수 있는 특별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경제팀이 고육지책으로 들고나온 카드가 `기업소득환류세제(사내유보금과세)`다. 시작부터 위헌 소지, 시장경제원칙 위배, 이중과세 등 비난 화살이 쏟아졌다. 지난주 발표된 개정안에 따르면 대기업 투자, 임금 증가, 배당 등 지출이 당기소득 중 일정액에 미달하면 가산세 10%가 부과된다. 현재 비정상적인 유보금은 그대로 두고 향후 발생하는 이익에만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돼 아쉬운 점이 있다. 그러나 국외투자 금액은 공제에서 제외함에 따라 국내 투자 증가를 기대할 수 있어 다행이다.
1991년 적정유보초과소득과세를 시행한 적이 있다. 배당금으로 지출하지 않고 회사 내에 보유하는 것을 조세 회피 행위로 보고 규제했다. 2001년 폐지되기 전에는 5%대 사내유보율을 유지했던 걸 보면 정책 효과가 탁월했다. 폐지된 후 2007년에는 27.6%로 뛰었고 지금까지 2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현 조세제도에서 공개기업으로선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배당소득보다는 거의 면세인 주식양도소득이 더 매력적이다. 국내 기업 배당성향이 전 세계 평균 대비 절반 수준이고, 배당수익률이 미국 대비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혁신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 정치, 부정부패, 대기업 불공정행위 등이 꼽혔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경제민주화와 부패 척결이 핵심 공약이었던 이유를 엿볼 수 있다.
경제민주화, 비정상의 정상화, 국가 개조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는 기업소득환류세제가 OECD 최하위권인 사회갈등지수를 낮추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
국가경제 대들보인 대기업들이 국내 투자에 앞장서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여 국민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기 바란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내수 활성화가 경제혁신의 핵심이며, 대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김성은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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