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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최악의 질서이다.” 얼마 전 한 성직자가 설교 중 한 말이다. “자본주의는 무너진다”는 마르크스의 주장보다도 강한 논조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로, 그리고 공산주의로 완성된다고 봤다. 그러나 20세기 말 공산주의 국가들은 도미노처럼 무너졌고, 자본주의로 재편됐다. 세상 모든 것에는 모순되는 성질이 있듯이 경제위기와 극심한 빈부격차는 또 다른 변화의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다.
시장경제 자본주의가 절대 빈곤율을 낮추고 삶의 질을 높인 것은 사실이다. 반면 상대적 빈곤감을 높이고 사회적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주 CNN 머니가 보도한 ‘2014년 전 세계 슈퍼 리치 보고서’에 의하면 순 자산 3000만달러(약 334억원) 이상인 ‘슈퍼 리치’ 21만여명이 보유한 부는 30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즉 0.004%에 불과한 부자가 약 13%의 부를 보유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은행은 하위 90%가 전체 부의 13%를 차지한다고 했다.
< 21세기 자본>에서 토마 피케티는 80%의 최고소득세율과 세계 자본세와 같은 세제로 자본의 세습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일부 학자는 불평등을 가늠하는 피케티 지수가 우리나라의 경우 7로 세계 1위라는 주장도 한다. 그런 복잡한 분석 없이도 부의 쏠림 현상을 자주 접한다. 현대차는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를 감정가의 세 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에 사들였다. 삼성SDS 주식의 상장으로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와 전·현직 임원들은 수조원의 세금 없는 시세 차익을 얻었다. 그 덕분에 이재용 부회장은 단숨에 세계 300대 부자로 등극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독일의 강소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세금 없는 부의 세습이 필요하다며 가업승계특례들이 도입되었다. 대상 기업이 매출액 기준으로 5000억원이고, 공제범위가 500억원이다. 취지에 공감하지만, 일반 서민의 상속에 비해 지나친 감이 있고 오용의 여지도 있다.
일반 서민의 현실은 버겁기만 하다. 지난해 상반기 청년고용률(15~24세)은 23.8%이다. 니트족이 100만명이 넘어 OECD 국가 중 1위이다. 캥거루족(25~44세)이 10년 사이 1.5배가 늘어난 116만명으로 추산된다. 좋은 일자리를 잡기도 어렵지만, 성장하는 기업들이 적다 보니 임금 상승과 승진을 기대하기 어렵다. 집값은 소득에 비해 턱없이 높으니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일본의 경기침체 속에서 의욕을 잃어버린 초식 세대가 우리 청년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해답은 일자리 창출이다. 일본과 중국 기업의 역습으로 우리 기업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수출 대기업이 협력업체와 동반 해외진출하다 보니 국내 일자리의 공동화가 심화되었다. 앞으로 고도의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상용화되면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초이노믹스로 돈을 푼다고 해도 돈을 빌려서 주택을 사고 소비를 늘리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청년들이 결혼을 포기하고 가상현실에 빠져들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공유경제에 더욱 심취할 것이다. 출산과 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부의 쏠림과 높은 청년실업률에 관료주의와 부정부패가 더해지면서 국론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분단국가로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70년 전 조지프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성공이 자본주의 제도를 손상시켜서 사회주의에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부패한 관료가 이끈다면 사회주의도 대안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빌 게이츠는 자선활동을 통한 부의 불균형 해소를 제안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타인에 대한 사랑과 나눔의 장갑을 씌울 수만 있다면 최악이 될 수 있는 자본주의가 최선의 체제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이 유지되는 공동체를 위해 보다 미래지향적인 경제적, 사회적 해법들을 찾아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